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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를 나왔지만 개발자는 하기싫어잡생각 2023. 8. 29. 22:52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그러하듯, 나는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갔다.
진로고 뭐고, 아무생각없이 학교를 다녔던 나는 주변에서 공대가 취업이 잘된다고 하여 이름없는 대학의 통신공학과로 진학했고, 나이를 먹어가며 취업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슬슬 마음이 급해진 나는 매일 학생취업처를 들락거리며 어떤 직업을 할수있을까, 돈도잘벌고 채용도 많이하는 직업이 뭘까 고민을 해봤는데, 결론은 개발자였다.
나는 개발이 죽어도 싫었다.
전문학교에서 편입까지하며 5년동안 공부를 했는데 정말 재미라고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과목이 코딩과목이었는데, 뭐 어쩌겠는가.
뾰족하게 하고싶은것도 없고, 내 밥벌이를 하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 결국 첫 직장으로 개발자를 선택했다.
내 첫 직장은 나를 포함한 총 4명의 직원이 있는 5인미만 기업이었는데,
4명짜리 회사에 뭐가있겠어. OJT(신입사원교육)도 없고, 처음 시킨일이 이미 만들어진 코드를 보고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개발이라고 해봤자 학교 강의시간때 한게 전부인 나는 생전 처음보는 몇만줄의 코드를 한줄씩 읽고 분석했고,
사수라는 인간은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커녕 본인 일하는것만으로도 벅차보였다.야근이 일상인 회사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는데,
그 와중에 부대표는 맨날 결과물을 요구하였고 참다못해 나는 그 직장을 그만뒀다. (덤으로 위궤양을 얻었다)
다시 잡코리아를 들여다보며 취업을 고민하던 나는 결국 인천에 있는 모 테스트 외주업체의 직원으로 들어갔는데, 주된 업무는 개발자가 만들은 프로그램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한 1년쯤 다녔을까, 매일매일 똑같은 업무를 하던 나는 회사에서 내가 더이상 배울게 없다고 판단하여 이직을 하였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QA로 일하고있다. (나는 내 직업이 꽤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취업지원센터만 3곳이 넘게 찾아다녔는데, 아무도 나에게 QA라는 직업이 있다는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부터 QA라는 직업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내가 개발과 다른업무 사이에서 갈등했던 시간을 아낄수 있었을테고, 개발자로 일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지금 직장을 다니다보며 IT직군에는 개발자만 있다는게 아니라는것을 알게되었다.
한 개발 조직 안에는 개발자도, QA도, 기획자도, PM도 있다.
나처럼 개발이 죽어도 싫지만, 어쩔수없이 개발자를 선택하는 취업준비생이 있다면 개발 말고도 IT직군에는 많은 포지션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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